[칼럼] 부부(夫婦), 한 운명적 공동체라는 마음 가져야
기사입력 2012-10-20 16:54 최종편집 경남우리신문
작성자 조옥잠 경남우리신문 국제법률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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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고유의 추석이 끝나면서 주부들의 명절 증후군과 함께 이혼신청이 급증했다는 소식이 평범한 뉴스거리가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더구나 외신이나 해외 드라마 등을 통해 이혼 이후 오래 된 친구나 협력자로 남는 이상적인 커플들의 사례를 대한민국에서 기대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변호사로서 직업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사례들을 접하게 된다. 상담자들의 사연을 듣다 보면 문제의 발단이 대부분 상대방에 대한 이해부족과 섭섭함이 원인이 될 때가 많다.
특히 일심동체(一心同體)라는 부부 관계에서 좋은 것이 좋다는 생각과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때가 많다. 한 이불 덮고 자는 부부라 해도 저절로 한 몸과 마음이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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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30대 초반의 주부가 이혼 상담을 왔다. 초등학생 자녀 둘을 두었다는 이 분은 미혼으로 보일 정도로 아름답고 조용한 분이었다. 결혼해 주지 않으면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남편의 열정이 결혼 후 집착과 의처증으로 변하면서 자신의 주변을 배회, 감시하게 되었다고 한다. 불신이 깊어지면서 자녀들 앞에서 욕설과 폭행이 행해졌고 여러 차례 병원으로 실려 가는 일마저 생기면서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남편의 불신이 왜 생겨났는지 그녀의 생각을 물어보니 “제가 남편을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결혼해주지 않으면 죽겠다는 남편의 말에 억지로 결혼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남편이 저를 더 사랑했을 수는 있어요. 그러나 저도 좋으니 결혼했고 아이 둘을 낳아 예쁘게 키웠지요. 남편이 아이들 앞에서 저를 부정한 여자라고 욕하고 폭행할 때는 가정도 자녀도 마음에 없는 사람 같아요.”라고 말했다.
아내에게 온전히 사랑받지 못했다는 분노와 피해의식으로 이혼도 해 줄 수 없다며 버티는 남편을 그녀는 폭행죄로 고소해야 할 지 어떨지 망설였다. 결혼은 신성한 약속이지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가 아니므로 더 많이 주었다고 반드시 반대급부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상대의 헌신과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표현하지 않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최명희 작가의 ‘혼불’이라는 소설에는 먼저 세상을 등진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연민으로 살다간 한 남자의 사랑이 있다. 젊은 아내가 늘 손과 발이 차가워 남편은 더운 손으로 아내의 손과 발을 녹여준다. 한 겨울밤 눈을 떠보니 아내는 남편의 이불 밖에서 웅크려 자고 있다. 자신의 차가운 손과 발이 남편에게 닿을 까, 그 한기가 남편의 곤한 잠을 깨울 까 걱정했던 것이다. 남자는 아내의 죽음마저 자신에게 시린 기운을 주지 않으려 먼저 간 것이라 여기며 그리워하고 아파하고 있다.
우리는 소설 속 그녀와 달리 더운 손과 발을 가지고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하기 보다는 나의 더운 손과 발이 누군가의 시린 손과 발을 덥게 할 수 있기에 감사할 수 있었으면 한다. 어쩌면 그녀도 그녀의 죽음을 남편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어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이와 같이 위의 사례에서 아내의 아름다움이 남편에게 더 없는 자랑스러움과 기쁨이 될 수 있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부부는 불확실한 미래를 두고 상대방의 신뢰를 저울질할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함께 하고 사랑하고 이해하며 서로의 믿음을 지켜가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이혼 문제에 있어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부모의 이혼 후 남겨지는 아이들의 문제이다. 이혼은 부부 관계를 청산하는 것이지 부모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자라나는 아이에게는 당장 엄마와 아빠가 필요하다. 이혼의 사유가 누구에게 있었는지를 가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행복이 되어야 한다.
이혼 사례를 접하다 보면 당사자들은 대부분 서로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폭행을 하고서도, 외도를 하고서도 상대방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논리로 일관하는 부부들이 적지 않다. 내 인생을 망친 사람이 내 남편이고 내 아내라고 생각하니 원수와 친구가 되고 협력자가 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늘날 이혼이라는 결정과 관계의 단절이 너무나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지는 않은지 안타까움이 크다. 부부가 한 몸과 같은 마음으로 생사를 함께 하는 운명 공동체라고 한다면, 현실을 피하기보다는 공동체를 위한 사랑과 헌신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인생은 항해와 같다고들 사람들이 흔히 말한다. 현재 가정이라는 배를 타고 항해를 하는 부부들이라면 풍랑이 일 때 혼자 살겠다고 바다에 뛰어 들기보다는 힘을 합쳐 배의 침몰을 막고 뭍에 도달한 후 각자의 길을 가더라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혼자 그 배에서 뛰어내리기 전에, 노를 반대로 젓기 전에 그 배에 지금껏 함께 타고 있었던 사람들이 누구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 가을의 열매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것은 모진 비바람과 더위를 이기고 얻었기에 더욱 그러한 것이 아닐까. 고통이 아깝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인생을 가꾸는 가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