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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닮은 사람이 사는 ‘만고강산(萬古江山)’
"지갑없이 살아보셨나요. 안살아 보셨음 말을 하지 마세요"
기사입력 2013-09-29 17:43   최종편집 경남우리신문
작성자 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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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되면 모두 버리는 가을의 가르침대로 사는 성락환씨
 
‘만고강산(萬古江山)’, 만년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는 다. 창녕군 성산면 연당마을 531-3(구연화길로 122-11)에는 만고강산이 있다. 주인장은 올해 69세인 성락환씨와 김화순(68세) 두 부부다. 흔히들 산속의 음식점이나 곡식을 재배하는 곳을 ‘××산장’, ‘××농장’이라고 칭하는 데, 왜 만고강산이라고 지었냐는 질문에 부부는 “모든 것을 놓고 만가지 고를 풀고 자연 그 모습 그대로 살고싶다는 의미로 지었습니다”며 환한 웃음을 짓는 다.  

"지갑없이 사는 삶이 얼마나 자유로운지 모를 겁니다" 올해 69세인 성락환씨는 창녕 대지 석동마을 출신으로 창녕중학교 졸업 후 대구, 부산. 광주. 서울등지를 다니며 대학을 마치고 공직생활을 하다 스텐 주전자와 냄비를 생산하는 번듯한 주방기기 제작 중견기업을 운영하기도 했었다. 상표는 ‘오딧세이’고 회사 슬로건은 ‘모양을 닮을 수 있어도 품질은 닮을 수 없다’고 정할 정도로 사업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강했다. 바코드가 2천500개 였으니 어느 정도 사업 규모였던 지를 짐작케 한다. 그러다가 IMF등 외풍으로 사업이 부진하게 되어 10년전 모든 것을 잃고 전국을 방황하며 죽을 결심도 수차례 했었다. 수구초심, 여우도 죽을 때 고개를 자기가 살던 굴로 향한다는 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은 어떠할 까. 죽음직전의 파김치가 되도록 지친 심신을 치유할 곳은 태어난 고향밖에 없음을 깨달은 그는 곧바로 혈혈단신이지만 고향 창녕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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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냄새가 그립다는 연당마을 정원 주인장 성락환씨와 김화순씨 부부가 텃밭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포즈를 했다.     © 경남시사우리신문편집국

 
25년전 사업가로 잘 나갈 때 예술촌을 조성하기 위해 사놓은 3천여평 땅이 부부의 마지막
희망이었으나 그나마도 경매로 넘어갔다. 그래도 오도 갈곳이 없었던 처지라 2004년 1월 길가에 버려진 노란 물동이 하나 달랑 들고 땅 주인을 찾아 애걸복걸해 영구 임대 형식로 땅을 빌렸다. 때가 한 겨울인지라 죽지 않기 위해 100m나 떨어진 산 계곡을 찾아 물을 끌어오고 그 흔한 중장비 한 대 의존하지 않고 오직 삽과 곡괭이, 호미로 아름드리 나무를 파내고 땅을 골랐다. 수풀로 우거진 산 기슭 한 귀퉁에 박혀 있던 돌하나 나무하나 뽑아내다 보니 어느 덧 지금의 모습이 갖춰졌다.
 
“처음 2년동안은 촛불로 살았는 데, 그마저도 살 돈이 없어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기 일쑤였지여. 라디오를 듣고 싶어도 건전지 살 돈이 없어 답답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러기를 10년 이곳엔 어느 덧 토마토, 수박, 산딸기, 고추, 배추, 돌배, 사과, 당근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얼어 붙은 땅에도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채소를 심은 것도 어떻게 알고 찾아주시는 손님들에게 뭐라도 내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취재를 마치고 하산하는 기자에게 부부는 대파 서너개를 뽑아 주셨다) 그렇게 만든 서너 평 남짓한 연못에는 수압을 이용한 무동력 분수에서 나오는 물줄기가 시원함을 더해주고 당당하게 자리 잡은 수련 사이를 잉어들이 한가하게 유영을 즐기고 있다. 밭과 밭 사이를 잇는 좁은 길 바닥엔 비가 오는 날에도 이곳을 찾은 이들의 신이 진흙에 묻지 않도록 밭을 일구면서 나온 나무를 잘라 깔려 있어 남을 위한 주인장의 배려심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한다. 만고강산엔 먹거리도 자연식이다. 안주인이 내 놓은 국수 한 그릇과 무농약으로 재배한 묵은 지의 맛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려왔을 손님들은 말을 아껴가며 씹지도 않고 게눈 감추듯 ‘후루룩’ 소리를 내며 부드럽게 목구멍으로 넘기느라 여념이 없다. 논란이 되고 있는 MSG(합성조미료) 없는 국수의 맛은 넘김후의 뱃속이 편안한 느낌을 갖게 한다.눈 깜짝할 새 비워있는 빈 국수 그릇에 아쉬움을 느낄라 치면 어느 새 소박한 탁자 위엔 개복숭 술과 파전, 그리고 묵이 한 접시 나온다. 개복숭 술은 집 바로 뒤편에 자생한 개복숭 나무에서 지난해 수확한 것으로 설탕을 넣지 않고 독한 소주만 부어 발효시킨 것이라 대여섯잔을 연거푸 마셨음에도 역한 술 냄새나 취기가 전혀 없다. 

“산속에서 채취할 수 있는 영지, 산더덕, 산딸기, 돌복숭, 돌배를 이용한 술도 많이 담고 싶어도 술 살돈이 없어 많이 못 담아 넉넉하게 내 드리지 못해 안타깝습니다”성씨는 공장 경영시 직접 제작한 스텐 주전자에 돌복숭술을 내놓으며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며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주인장 성씨는 이곳에 터를 잡으면서 세상과의 모든 인연을 끊었다. 그가 일군 정원에서 한 발자욱도 벗어나지 않았다. 평생을 함께한 부인과 진돗개 한 마리와 한 우리에서 불편한 듯 보이지만 오누이 같이 정겨게 지내는 기러기와 닭 몇 마리가 그의 유일한 살아 움직이는 동물 친구였다. 그러던 중 지난 7년전 핏덩이 외손녀 녀석이 불쑥 찾아왔다. 최근 그 녀석이 성장해 유치원갈 나이가 되어 유치원에 태워주면서 외부인들과의 접촉도 가뭄에 콩나 듯 시작됐다. 그간 EBS등 몇몇 방송에서 촬영해 방영했지만, 정작 주인공인 성씨는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한다. 
"로타리, 라이온스, JC등 각종 사회단체 대표 활동을 통해 저명 인사들과의 친분도 쌓았고, 차문을 열어주는 CEO로 잘 나가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이 제일 행복합니다. 지갑이 두둑해야 어깨도 펴지는 게 남자 인생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지갑없이 사는 인생이 너무 자유롭고 홀가분해 즐겁습니다."

개복숭 술 몇 잔을 맛나게 들이킨 성씨의 말에 중1 고1 두 자녀를 둔 기자는 동의하고 싶지 않았지만, 두 시간여에 걸친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속세로 내려온 직후 그의 말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 지 아주 조금을 알 것 같았다.

"담번엔 뒷산에서 주워온 도토리와 기러기 한마리 잡아 주이소"

"하루전에 미리 연락만 주십시요. 언제든 쌍수를 들어 환영합니다"

두메산골에 있다보니 사람 냄새가 그립다는 성씨. 언제든 누구라도 찾아오시면 국수 한그릇은 대접하겠다는 그는 자연과 벗한 삶을 살아서인지 구김살 없는 얼굴에 새하얀 머리칼과 수염이 고화에서 본 신선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제가 하던 공장 부도로 딸 자식 세명이 공동 담보를 섰던 탓에 맡은 외손녀의 장래희망인 의사가 되도록 번듯하게 성장하기를 성심껏 도와주는 게 마지막 계획입니다. 그리고 영혼이 맑은 분들과 자주 만나 교류를 하기를 기대합니다” 

부모의 가장 큰 보람은 자식의 올바른 성장임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성씨부부의 마지막 바램은 자신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가족들과 재결합해 외손녀 이윤서랑 오순도순 사는 게 목표인 듯 보였다. 

주인장 성씨는 벌이가 거의 없는 어려운 형편에서도 창녕군 행복드림후원회(회장 김삼수)의 후원자로 가입해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모든 식물들은 가을이면 열매와 잎을 훌훌 털어버린다. 그렇게 털어야 매서운 겨울 바람을 이겨 낼수 있고

, 이듬해 봄날에 푸르름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는 게 가을의 가르침이다. 그 가르침을 일찌감치 깨닫고 실천에 옮긴 ‘만고강산’ 주인장 성락환씨가 기사를 탈고하는 이 시점에 갑자기 왜 부러워질까...<김 욱 기자>
 
방문문의:011-541-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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