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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군이 지역건설업체와 자재판매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08년 ‘창녕군 지역건설산업활성화 촉진에 관한 조례’ 제정해 시행해오고 있으나, 최근 군 스스로가 ‘유명무실’화로 전락시킨 사례가 발생해 군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창녕군 농업기술센터는 지난 7월 중순경, 3개월의 공사 끝에 센터 내 뒤편에 ‘농기계임대사업소 농기계보관시설 부지 조성 및 건축공사’를 군 예산 4억원을 들여 준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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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공사비는 4억원이지만, 낙찰률에 의해 실제 공사비는 3억4천여만원이 소요됐다. 자재비는 공사비의 52%로 1억7680만원이다. 시공사는 밀양시 소재의 문화재 보수를 전문으로 하는 J(주)다. 농기센터측은 이 공사 설계시에 자재 수급을 통상해오던 관급이 아닌 사급자재 수급으로 명시했고, J업체는 이에 따라 레미콘등의 자재 대부분을 함안군등 관외지역에서 구입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준공된 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0월초순경부터 농기계보관시설 주차장 바닥은 ‘검은모래해변’을 연상케 할 정도로 자갈이 튀어 나와 쌓여 있으며, 석분이 바람에 휘날리는등 흉물로 방치되어 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부실공사라는 의심을 합리적으로 갖게 한다.
전문가들은 ‘재료분리현상(물이 많아 가벼운 골재가 뜨는 현상)’으로 추정했다. 레미콘을 납품한 업체는 창녕지역 업체가 아닌 함안군의 ‘S'레미콘으로 주차장 공사에 267m³, 창고 바닥등에 240여 m³, 총 507m³로 가격은 3천 5백여만원에 이르는 거액이다.
이에 지역레미콘 관계자는 “경기 침체 탓으로 레미콘 업계가 죽을 판인데, 관급공사 자재마저 외지에 빼앗기는 현실이 원망스럽다”면서 “창녕군이 제정한 조례는 있느나 마나한 것 아니냐”고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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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급자재 수급이란, 공사자재를 발주처인 창녕군이 구매해주고, 시공사는 공사만하는 방식으로, 레미콘등 자재 공급 신청을 조합에 의뢰해 해당 지역 업체가 납품할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사급의 경우, 자재 구매 권한을 시공사가 갖게 되어 해당지역이 아닌 어느지역에서 구입해도 발주처는 관여할 수가 없다.
건축전문가들은 “정부는 건축물의 기초가 되는 레미콘, 철근, 시멘트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관급자재를 사용토록 권장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공사에 적용되고 있는 데, 왜 창녕 농기센터 발주 공사에만 사급을 적용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다”고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지역건설업계도 “수백만원짜리 관급공사도 관급자재 수급을 하지 않으면 온갖 지적과 시비를 걸어왔던 공무원들이 왜 농기센터 부지 및 창고 공사에는 순한 양이 되었는 지 모르겠다”고 특혜의혹 제기와 함께 눈을 흘기고 있다. 이에 해당 농기센터 관계자와 설계사무소측은 “설계시에 부족한 공사비를 맞추기 위해 사급자재 수급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창녕군은 지난 2008년 2월29일, ‘창녕군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지역 건설산업과 건축자재업체의 활성화 및 보호를 위해 대부분의 군 발주 공사시, 관급자재를 사용토록 권장해왔다. 이 조례 제3조 6항에는 ‘군수는 지역의 민간사업 인․허가시 지역건설산업체의 참여와 지역 업체에서 생산한 건설자재를 구매하거나 사용토록 권장할 수 있고 이행사항을 점검한다’고 정해져 있다.
그럼에도 농기센터가 ‘사급자재 수급’을 설계에 반영토록 묵인 해준 것은 창녕군의 지역경제 활성화와 업계 보호를 위해 제정한 조례자체를 스스로 무시한 것으로 군민들로부터 “욕을 먹어도 싸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창녕군의회 홍성두 산업건설위원장은 "지역의 건설업체와 자재판매산업 활성화를 위한 조례가 있음에도, 창녕군 스스로가 관급공사 자재를 외부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면 심각한 문제로 의회에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