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청 공무원의 이유 있는 꽁지머리
기사입력 2021-01-27 15:40 최종편집 경남우리신문
작성자 김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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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기른 머리카락이 거추장스러워 머리띠에다가 뒷머리를 묶은 꽁지머리로 일하다보니 아무리 개성시대라지만 ‘공무원이 이래도 되나’하는 질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권 주무관이 머리를 기르는 이유는 단 하나다.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진 소아암 환아들에게 가발을 후원하는 어머나운동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주위의 시선이 아직은 힘든 어린 아이들이라 가발은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만 수백만원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에 선뜻 구입하기 쉽지 않아 가발을 제작해 이들에게 무료로 지원하기 위해 이 운동은 시작됐다.
권 주무관처럼 머리카락을 길러 기부해도 되고 자연스럽게 빠지는 머리카락을 모았다가 이 운동을 주관하는 단체에 보내면 된다.
단, 머리카락 길이가 최소 25㎝ 이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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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주무관이 이 운동을 접하게 된 사연에도 그의 착한 심성이 묻어난다.
“간암이 재발한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해 드리려 지난해 초 휴직을 했고 몇 달을 병원을 오가며 병원 내 소아암병동에서 이 운동을 처음 알게 됐다”그 무렵 다행스럽게도 권 주무관의 아버지도 간 이식 말고는 어려울 것이라던 병원의 판단과 달리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지속한 치료가 효과를 나타내 굳이 간 이식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그 때부터 그는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권 주무관의 이러한 결심은 어쩌면 당연하게 아내의 반대에 부딪혔다.
“아내도 공무원이어서 그런지 해당 운동단체에 금전으로 후원할테니 남 보기도 그렇고 머리를 기르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저는 그랬죠. 돈으로 하는 후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의미 있는 기부는 아무나 할 수 없다고요. 그랬더니 아내도 더는 말리지 않았습니다”최근 복직한 그는 머리카락 길이가 25㎝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6월경 머리카락을 시원하게 잘라 기부할 생각이다.
권 주무관의 착한 심성은 마스크 스트랩 나눔으로도 이어졌다.
휴직 상태이던 6개월 전쯤 아이들이 열중하는 고무줄 공예를 본 뒤 집에서 소일 삼아 고무줄 공예를 시작했고 처음에는 반지, 팔찌 등을 만들어 주위에 선물했다.
“이번에도 아내가 좀 더 쓸모 있는 선물을 해보는 건 어떻겠냐며 마스크 스트랩을 만들어 볼 것을 제안했고 팔찌 2개를 이으니 훌륭한 마스크 스트랩이 완성됐다”아내가 근무하는 부서 전원에게 고무줄 마스크 스트랩을 선물했고 지금도 호주머니에 몇 개씩 넣어 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그다.
늘 쾌활해 건강한 에너지를 주위에 전파하는 그의 고운 심성이 다음에는 어디로 향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