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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컬럼]넌 내게 반했어,박신혜의 망가짐인가? 순정멜로의 진부함인가?
기사입력 2011-07-08 17:35   최종편집 경남우리신문
작성자 김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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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이렇게 흘러가는가? 코미디인 줄 알았다. <최고의 사랑>에 이은 보다 젊은 감각의 통통 튀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그러나 어째 흐름이 정통순정멜로를 보는 것 같다. 아직 옛연인을 잊지 못하는 두 사람과 교수를 사랑하는 학생,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또 다른 누군가. 
웃음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웃음이란 원래 파격에서 나온다. 상식을 부수고 일상을 깨뜨릴 때 거기에서 웃음이 나온다. 미모의 교수에게 사랑을 느끼고, 학교 제일의 킹카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고, 더구나 아직 옛연인에게 미련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단지 그 엇갈림이 안타까울 뿐이다.
 
바로 그것이 순정이다. 순수한 사랑. 순수한 사랑에 대한 믿음. 아직 잊지 못한 옛사랑이 다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오로지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순수한 마음이 올곧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거기에는 파격도 반전도 없다. 너무나 당연한 솔직한 진심과 오롯한 의지만이 있울 뿐이다. 사랑은 사랑을 함으로써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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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신혜의 망가짐인가? 순정멜로의 진부함인가?     © 경남우리신문편집국

문제라면 덕분에 이규원(박신혜 분)만 불쌍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등한 사랑이란 대등한 조건 아래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선남선녀가 서로에게 반해 좋아하게 되었다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지만 조건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 누가 보아도 완벽한 학교 제일의 킹카인 이신(정용화 분)과 단지 기운이 넘칠 뿐인 못난이 이규원. 못난이가 킹카에게 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여기에서 어떤 파격과 반전을 줄까? 우려했던 <장난스런 키스>의 재현이다.
 
불쌍해져야 한다. 그리고 망가져야 한다. 광대가 되어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끌고 웃음을 주어야 한다. 노예가 되어 커피심부름이나 하고, 100주년 기념 뮤지컬 공연에서는 다른 연극부출신의 출연자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그래도 꿋꿋하게 이신이 공연에 참가한다 하니까. 이신이 없는데도 이신을 위해 커피를 가져다 놓고, 이신의 자전거 뒷자리에 타서는 꿈을 꾼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앞에 보여지는 모습이란 무용과 교수인 정윤수(소이현 분)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주며 키스하는 이신의 모습이다. 여기에 가까이서 그녀를 지켜보고 도와주는 요정의 존재가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동화에서도 콩쥐나 신데렐라나 백설공주나 결국 곁에서 도와주는 누군가가 있었기에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뜻을 이룬 것이었다.
 
그나마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려나 싶더니만 결국은 이런 신파극으로. 이규원은 이신에 대해 호감을 가져 버렸고, 그러나 이신은 한준희(김윤혜 분)의 말처럼 다른 한 여자만을 마냥바라기 하고 있는 중이다. 어쩔 수 없이 정윤수를 향한 이신의 진심을 지켜보아야 하는 이규원의 마음이란 어떨까? 아직 노골적으로 드러내 놓고 있지는 않지만. 더구나 여기에서 김석현(송창의 분)과 정윤수의 과거까지 얽히고 나면 이야기는 점점 신파쪽으로 흘러가고 만다. 제대로 멜로치정드라마가 된다.
 
차라리 이규원이 솔직한 성격이라도 하다면. 적극적이고 뻔뻔한 성격이기라도 하다면. 그렇다면 좌충우돌하는 사이 어떤 여지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규원에 의해 사건이 일어나고 그를 통해 다시 파격과 반전을 노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7월 7일 <넌 내게 반했어> 4회에서도 보았듯 그녀는 피동적으로 맞아들이는 타입이지 먼저 자기가 나서서 주장하는 타입이 아니다. 주위에 반응하는 타입이지 자기가 주도하여 끌어들이는 타입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현기영(이현준 분)마저 우울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을 텐데. 현기영의 사연만 해도 그다지 과정이 유쾌하거나 즐겁지는 않을 것이다. 원래 이런 종류의 장애를 극복하는 이야기는 그 치열함과 비장함 만큼이나 가벼운 코미디를 동반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준비한 코미디는 여준희(강민혁 분)와 이규원의 친구 차보운(임세미 분)와의 관계 뿐이다. 한준희조차도 코미디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했을 때 적절히 분위기를 맞출 수 있겠는가.
 
물론 그렇다고 이규원이 당해야 했던 왕따가 단지 억지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장치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무언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을 것이다. 학교 안에서 아무리 잘나봐야 학고를 나서면 그만한 학교가 다시 여럿이 있고, 그 학교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고 프로의 세계로 진출한 경쟁자들이 무수히 있다는 것을. 지금의 자신에 만족하면 그것은 자만이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이상 그들은 단지 아마추어일 뿐이다.
 
요즘 유행중인 오디션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되지 않던가. 나름대로 주위에서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참가자이건만 정작 프로가 되기에는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나은 점이 없다. 심지어 오디션에서 우승을 해도 이미 기존의 프로 가운데 그보다 더 뛰어난 이들이 즐비하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깨져야 하는 냉혹한 현실 앞에, 단지 서로 질투하고 허튼 싸움이라도 벌일 수 있는 학교란 얼마나 안전한가. 인큐베이터와도 같다.
 
그리고 더불어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연극부 출신 100주년 공연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무대에 목숨을 건 "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에 비하면 이규원은 국악과 출신으로 무대에 대한 확신이 전혀 없음에도 연출가인 김석현에 의해 그들과 나란히 서게 되었다. 오디션까지 보아가며 악착같이 출연을 따내려는 연극부 출신들과, 그런 노력 없이도 어느새 인정을 받고 그들과 함께 연습하게 되는 이규원. 불공평할까? 하지만 세상은 그런 것이니까.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왔어도 선택되어지지 않은 사람들에게 기회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도 선택되어졌다면 기회는 온다.
 
아마도 그런 치열한 현실을 통해서 드라마에 현실감을 불어넣고 싶었겠지. 이규원과 한준희의 갈등에 대해서, 100주년 공연을 위해 모여서 연습하는 과정들에 대해서, 드라마를 끌고 가는 핵심 사건으로써 드라마에 긴장감을 높이고 갈등을 첨예하게 드러내려는 의도이리라. 거기에 이규원과 이신, 더구나 김석현과 정윤수, 한준희까지 얽혀들고 나면 말할 것도 없다.
 
결국 이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해법일 것이다. 이야기의 중심줄거리를 이루고 있는 100주년 기념 공연에 대해서 얼마나 치열하게 첨예하게 현실감있게 그려내는가. 강한 인력으로 모든 출연자들을 끌어들이고 그로 인해 땅에 발을 딛게 하겠는가. 시청자의 눈에, 머리에, 가슴에 발을 디디게 하겠는가. 이 부분에 성패가 달려 있을 것이다. 100주년 기념 공연을 통해 이규원이 눈에 띌만한 성장과 변신을 보이지 못할 경우 드라마는 그대로 신파로 흘러간다. 그것도 주인공을 희생시킴으로써 재미를 얻는 아주 고약한 신파다.
 
아무튼 참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도 꼰다. 설마 이규원의 아버지 이선기(선우재덕 분)와 이신의 어머니 송지영(이일화 분)이 과거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니. 송지영은 아직 이신의 아버지를 잊지 못하고 있는 듯하고, 단지 이선기만이 송지영에 대해 미련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미련이거나 아니면 새롭게 가지게 된 감정이거나. 이신과 이규원, 그리고 송지영과 이선기. 결국은 둘 중 한 커플을 깨져야겠지?
 
어쨌거나 핵심은 역시 100주년 기념공연일 것이다. 그 공연이 어떻게 거창하게 현실감있게 주위의 인물들을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성패가 결정되리라. 이신의 캐릭터도, 이신과 이유권의 관계에 대해서도. 드라마의 완성도에 있어서도.
 
그나마 3회보다는 나았다. 역시 주인공들이 중심에 등장한 탓에 한결 무게감 있게 집중하며 볼 수 있었다. 역시 이야기의 중심은 주인공이어야 할 터다. 주인공의 존재감과 매력이 드라마를 끌고 간다. 아무리 여준희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어도 주인공은 이신과 이규원일 터다. 김석현과 정윤수도 단지 그들을 위해 존재할 뿐. 만일 드라마의 정석을 밟는다면.
 
정윤수의 캐릭터가 참 못되게 묘사되었다. 이신을 기대하게 만들고, 김석현을 놓아주지도 않고, 이번에는 임태준(이정현 분)마저 기다리게 하고 거짓말을 한다. 자칫 끝나고 나면 제대로 욕먹는 악녀로 기억되지 않을까. 역시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미움받기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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