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큐멘타 경남 I – 기록을 기억하다’ 전시연계 야외공연 개최
기사입력 2019-10-23 14:31 최종편집 경남우리신문
작성자 박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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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현재 ‘도큐멘타 경남I–기록을 기억하다’전시에 상영 중인 ‘죽엄의 상자’의 소실된 음원을 재창작 형식으로 복원해 변사와 배우가 실시간으로 낭독 및 공연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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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아시아의 작은 할리우드’라 불렸던 창원의 상남영화제작소는 미공보원의 영화제작부서로 한국영화의 중심지였다. 영화 ‘죽엄의 상자’는 이곳에서 제작한 첫 장편영화이며 한국영화사의 거장 고김기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마산에서 촬영된 ‘죽엄의 상자’는 대한민국 최초의 동시녹음 영화이자 고김기영 감독의 독보적인 스타일이 집결된 뛰어난 작품이다. 그러나 녹음본이 소실되어 현재까지 무성으로 남아있다.
이를 안타까워 한 김재한 감독은 ‘상남영화제작소’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 영화제작사를 만들고, 올 해부터 본격적으로 ‘죽엄의 상자’ 소리 복원에 나섰다. 본래의 형태를 되찾고자 독순술을 활용해 대사 복원 작업을 진행했고, 배우들을 섭외해 더빙하기에 이른다. 상남영화제작소는 그 외 일상생활소음, 닭소리, 발자국 소리, 문소리 등 영화화면에 등장하는 소리를 재창작해 무성화 된 영화를 유성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번 공연은 이렇게 재창작 수준에서 복원된 음원을 바탕으로 변사와 배우 그리고 악단 연주가 함께 하는 융복합 형식으로 펼쳐진다. 그 결과 배우의 공연과 영화가 섞여 상연된 과거 연쇄극 느낌이 풍기는 ‘연쇄활동변사극’이라는 독특한 형식의 공연을 만들게 됐다.
지난 9월 개막한 ‘도큐멘타 경남I–기록을 기억하다’ 전시에는 영화의 일부분이지만 소리와 대사를 새롭게 구성한 ‘죽엄의 상자’가 상영 중에 있다. 공연 전에 도립미술관 3층에 전시 중인 ‘죽엄의 상자’를 미리 보고 본 공연을 관람한다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공연은 김기영 감독의 ‘죽엄의 상자’ 음원을 새롭게 만들어 일반 관람객들과 공유한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행사이다. 더불어 이러한 행사를 미술관이 함께 준비함으로써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는 융복합적 지역 예술사 연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는 점 또한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경남도립미술관은 앞으로도 미술의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경남의 근대 지역예술사를 다양한 장르의 연구자 및 예술인들과 같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