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합포구청 구내식당
기사입력 2011-02-07 15:22 최종편집 경남우리신문
작성자 남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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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포구청은 불과 7개월 전만해도 800여명의 공무원과 수많은 민원인들이 출입하던 건물인데, 7월1일 통합창원시 출범 후 창원시의 5개 구청 중 하나로 되면서 반 이상의 공무원이 떠나면서 썰렁해 져 버렸다.
구내식당에 들어섰다. 시에서 직영을 하다 몇 년전부터 동원홈푸트라는 회사가 공개입찰 받아 위탁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도 통합이전에 비해 손님이 1/3 이하로 줄어든 것 같다. 먹는 사람입장에서야 조용해져서 좋지만 위탁경영하는 구내식당 입장에서는 3,000원으로 먹을 만한 음식을 장만하려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해야 가능할 터인데, 경영상 많은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단체급식은 군대나 큰 회사처럼 대량 급식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아닌 경우엔 그리 익숙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처럼 영양사가 식단을 짜고 위생기준이 마련되어 있지도 않아 ‘어쩔 수 없이 먹는 한끼’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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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70년대 후반의 군대생활 때, 논산훈련소와 자대에서 나왔던 ‘짠밥(군대 급식을 통상 이렇게 불렀다)’은 쌀이 재고미인데다 스팀으로 쪄서 만드는 밥이었고 나오는 반찬들도 제대로 양념이 되어 있지 않았고 비위생적이었다. 거기다 친절한 배식은 고사하고 툭툭 던져주는 것을 두말없이 받아서 빠른 시간안에 후다닥 먹어치워야야 하고, 먹고 나선 바로 식판까지 씻어야 하니 기름기 있는 음식이 나오면 질색부터 하였다.
그런데 90년대 후반, 모 업체 교육원에서 한 1년 동안 정보통신 쪽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영양사가 신경 써서 식단을 짜고, 신선한 야채로 마련한 밑반찬에다 봄엔 멸치쌈, 여름엔 삼계탕, 겨울엔 싱싱한 생굴을 내놓기도 해 질리지 않고 잘 먹었던 이후, 구내식당의 단체급식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달라졌다.
한끼 밥은 단순히 고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다. 가까운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하는 데서 보듯, 사람은 밥을 나누어야 진정으로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 밥을 먹으며 살아가는 애환을 나누어야 정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군대나 회사, 학교나 관공서의 구내식당에서 단체급식을 하더라도, 얼마나 정성을 담아 성의 있게 음식을 만들고, 먹는 이들이 가까운 사람들과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해야 ‘밥 한그릇’의 공동체가 형성될 것이 아닐까.
돈을 받으며 ‘맛잇게 드세요’라고 하고 나오는 뒤에서 ‘안녕히 가세요’라고 하는 마산합포구청 구내식당의 흰가운의 영양사 아가씨들. 그 환한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한, 지금은 좀 썰렁하지만, 곧 구청 주변에 법원 지청이 들어서고, 창원시청의 공기관이 옮겨오고 임항선 그린웨이가 조성되어 시민들이 찾아오면 합포구청 구내 식당도 차츰 붐비게 될 것이다.
지금은 혹한이지만 곧 입춘이 오고, 설이 지나면, 봄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