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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나, 시티헌터 이윤성의 파트너가 되다!"
기사입력 2011-07-02 10:57   최종편집 경남우리신문
작성자 김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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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전개였다.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거기에서 김나나(박민영 분)를 죽일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자신을 대신해 총까지 맞고 죽을 뻔한 김나나를 이윤성(이민호 분)이 아예 외면할 수도 없다. 결국 원작에서처럼 두 사람은 파트너가 될 운명이다.  
총을 맞고 생명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김나나가 털어놓는 이윤성에 대한 간절함과 이윤성이 느끼는 김나나에 대한 절실함. 마치 조금을 예고하는 듯 김나나의 팔은 떨구어지고, 그녀를 살리기 위해 이윤성은 동물병원에서 자신의 피를 수혈한다. 피를 나눈다는 것은 생명을 나눈다는 것. 그렇게 김나나는 어둠에서 치료받고 피를 받으며 살아난다. 이윤성은 그런 김나나를 더 이상 밀어낼 수 없다. 그것은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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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신파였을까? 하지만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원작이야 일본에서 왔어도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다. 한국 드라마에는 한국 드라마에 어울리는 문법이 있다. 같은 헤비메탈을 연주해도 한국의 헤비메탈에는 한국만의 독특한 뽕이라고 하는 정서가 묻어난다. 그동안 이윤성과 김나나의 관계가 그랬다. 가벼운 듯 무거웠고, 두 사람의 진중한 진심에는 특유의 한이라 할 만한 것이 묻어나고 있었다. 서로에 대해 진심이기에 오히려 솔직할 수 없는. 솔직하지만 정직할 수는 없는.
 
그래서 두 사람 사이를 이어주고자 할 때는 이런 전통적인 신파가 어울릴 수 있는 것이다. 죽을 위기를 겪고서도 이윤성을 위해 떠나가겠다. 그리고 그런 김나나를 이윤성은 보내지 못하고 잡는다. 이를테면 죽을 위기를 겪고 피까지 나누고 난 상태에서는 이미 쌀이 밥이 되고 난 다음이니 돌이킬 수 없다고나 할까? 묘하게 이 장면에서 섹스코드를 읽는다. 이윤성의 집과 침대와 허술한 차림, 그리고 김나나의 체념. 또 다른 이윤성의 체념. 은밀하면서도 야릇하다. 의도한 것이었을까?
 
아무튼 그러한 특유의 드라마의 뽕끼는 김종식이 불법으로 횡령한 돈 2천억을 훔쳐내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원작의 느낌을 살리거나, 아니면 헐리우드의 세련된 애견을 취하려면 보다 첨단의 도구를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총격전이 있을 수 있고, 흉기를 사용한 살벌한 액션이 동반되었을 수 있고, 보다 간편하게 약물이 사용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탈에 쓰인 방법은 지극히 고전적인 액션 뿐. 김나나마저 멋도 모르고 업어치기 한 판으로 돕는다.
 
내내 느끼는 작가에게 박봉성이 빙의하지 않았는다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박봉성의 액션은 한국이라는 현실에 최적화되어 있다. 어쩌면 상당히 저평가된 작가일수도 있다. 한국이라는 현실에 최적화된, 그러나 그 안에서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트릭과 액션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이야기속의 일지매나 홍길동처럼 신출귀몰하는 후련함이 있다. 악당들이 어리석고 나약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일반의 바람이다. 강하고 거대한 악보다는 주인공에 의해 얼마든지 휘둘리고 간단히 농락당하는 그런 정도가 좋다. 그렇게 자극적인 액션 없이도, 지나치게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이윤성과 김나나는 시티헌터로써 목적을 달성한다.
 
아쉬움일까? 그러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고 마는 당연함일까? 확실히 악당에 대한 묘사에서도 묘한 해학이 있다. 이윤성의 어머니가 건넨 기부금 10억을 가로채는 장면에서, 그리고 시티헌터에게 빼앗길까봐 돈을 옮기기 위해 일일이 자신의 손으로 돈을 종이상자에 담는 장면에서, 그 머리에 흐르는 땀이. 조금 더 거물의 이미지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저 이야기속에 나오는 한심한 탐관오리 이상은 아니다. 그나마 아들 김영주(이준혁 분)가 법에 의해 처벌하려 한다면 어찌할 것이냐 물었을 때 그것이 아들 김영주의 일이라 대답한 정도가 악당스런 멋이 느껴지던 장면이었을까?
 
아마 드라마 <시티헌터>를 보며 느끼던 위화감의 정체일 것이다. 그래도 악당이라면 멋이라는 게 있어야 할 텐데. 이경완이든 서용학이든 악당이라기에는 너무 멋이 없고 한심하게만 보인다. 너무 한심해서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이윤성은 너무나 수월하게 이들을 응징하고 농락하고. 하지만 악당에게도 멋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근대 이후 외부로부터 들어온 코드인 것이지 전통적인 이야기구조에서 악당은 그저 악당일 뿐이다. 악은 응징하고 조롱하는 대상이지 우러르며 감상하는 대상은 아니다.
 
딱 이 정도 수준이 적당하다. 액션도 과하지 않게. 범법을 저지르면서도 지나치지 않게. 악에 대한 묘사도 악당에 어울리게. 그것은 드라마의 주인공 시티헌터 이윤성을 연기하고 있는 이민호나 김나나를 연기하고 있는 박민영의 팬층과도 어느 정도 접점을 갖는다. 너무 과격하고 극단적인 묘사는 오히려 거부감을 가져 올 수 있다. 어떤 배우를 캐스팅했을 때는 그 배우의 팬층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반의 대중이 거부감없이 부담 없이 볼 수 있도록.
 
다만 그렇기 때문에 이진표(김상중 분)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것은, 그러한 어쩌면 허술해지기 쉬운 극적 긴장감을 메우는 존재가 바로 이 이진표라고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의 광기는 사실상 수위가 조절된 상태에서도 극에 하드보일드에 어울리는 음울함과 처절함을 부여하는 요소가 된다. 오히려 그에 의해 이윤성은 어머니 이경희와 연인 김나나의 존재를 위협받고, 이윤성은 더욱 그러한 악의와 폭력에 대해 대항함으로써 자기의 정의를 관철할 수 있다.
 
어머니가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라 이진표에 의해 강제로 납치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를 이진표는 억류하고 인질로 삼으려 하고. 김나나의 존재자며 이윤성을 위협하는 도구로 쓴다. 아니 이윤성 자신조차 이진표의 복수를 위한 도구였다. 이윤성을 도구삼아 다그침으로써 이진표 자신의 복수심을 다그친다. 마침내 이윤성이 자신의 복수를 방해하는 존재로 나타났을 때 자신을 구하고 죽은 친구 박무열의 아들이지만 이진표는 그마저 죽이려 한다.
 
어쩌면 이진표는 악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5인회의 탐욕과는 다른 지극한 정의다. 불의에 대한 극단적인 증오. 이진표의 악이 허용되는 것은 그것이 탐욕에 의한 것이 아니며,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나름의 정의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부자의 통장이나 가로채는 김종식의 악은 용납되지 못해도, 조국에 배신당하고 처절한 복수를 꿈꾸는 이진표의 악은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윤성이 아버지 이진표와 맞서려는 것처럼 단지 그 수단이 악으로 여겨질 뿐이다.
 
이경완, 서용학, 김종식 등과는 차별되는 이진표의 악이 갖는 명징함은 그것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가치가 있다. 멋을 허락할 수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윤성에 의해 그 폭주는 마무리되리라. 그는 용서되어질 수 있다. 그리고 그를 통해 드라마에는 특유의 친근한 구수함에 더해 살벌하기까지 한 치열함이 더해진다. 궁극의 악은 이진표다.
 
솔직히 김종식의 돈을 훔쳐 학생들에게 돌려줌으로써 반값등록금을 해결하는 아이디어는 상당히 유치했다. 반값등록금은 단순히 재단적립금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재단적립금이란 단지 학생들 등록금 깎아주려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있어 너무 표면적으로 다가서는 것은 아닌가. 의적의 문제이기도 하다. 말초적이고 극단적인 선택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
 
하지만 통쾌하기는 하니까. 재단이사장에게서 훔쳐낸 횡령된 재단적립금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옳다. 드라마라는 한계에서 가장 확실하게 직관적으로 보여지는 것은 돈을 나누어주는 것. 단지 너무 흔하다. 조금 더 치열한 고민에 대한 아쉬움이 어쩔 수 없이 남는다.
 
과연 이윤성에 대한 이진표의 분노는 김나나에 대한 응징으로 이어지려는 것인가? 이윤성의 어머니 이경희와는 어떻게 될까? 이윤성과 김나나는 계속해서 청와대 경호실에 몸을 담고 있을 것인가? 대통령의 귀여운 막내딸 최다혜양을 이번주는 보지 못했다. 아쉬움과 기대, 그리고 미련. 기다림. 중독.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한다. 일본의 만화원작도 현해탄을 건너고 나면 한국 드라마가 된다. 미소가 아닌 된장냄새가 진한. 사에바 료가 아닌 이윤성이고 마키무라 카오리가 아닌 김나나다.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는 부분이다. 한국의 탱자는 얼마나 향기로운가? 만족하고 있는 중이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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