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그래도 너는 출퇴근 지옥 없는 진주에 사는 게 얼마나 좋냐?”
진주에서 자라 서울에 살고 있는 친구와 오랜만에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런 얘길 했다. 이 친구가 진주를 떠난 지 20년쯤 되었으니 이런 말을 할만도 하다.
|
예전엔 서울로 떠나지 못하고 진주에 자리 잡은 약간의 열등의식이 있었다. 하지만 대도시로 떠난 친구들에게 “진주의 자연환경과 우수한 교육여건, 사통팔달의 교통망, 쾌적한 주거환경을 자랑” 하면서 진주부심(진주를 자랑하는 요즘의 속된 유행어)을 하곤 했다.
하지만 강산이 두 번 바뀐 진주는 이제 예전의 진주가 아니다. 도로에 차가 얼마나 늘었는지 굳이 자동차 등록 통계를 찾아보지 않아도 피부로 실감한다. 우리나라 평균 자동차 증가율은 저리 가라인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래도 혁신도시와 정촌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공공기관, 기업유치 등의 성과가 아닌 가 싶다. 특히 진주와 사천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항공국가산업단지와 사천산업단지의 일자리 창출도 진주-사천 간 출퇴근 지옥을 만드는 데 한 몫을 한 것 같다. 사천에 직장을 두고 주거와 교육여건 때문에 진주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진주시에서 진주-사천 간에 6차선 도로를 신설하려는 계획을 세운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그래, 진주시가 발 빠르게 시민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 주고, 듣던 대로 시장이 행정은 역시 잘하는 구나’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이제 교통체증은 해결될 거 같다고 자랑삼아 큰소리치고 있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 진주시의회에서 광역도로를 위한 구상 용역비 전액을 삭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의원의 시 행정 폄훼 발언에 대한 논란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따른 감정 때문에 해당 시의원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예산을 삭감 했다니, 이건 뭐 부부싸움에 자녀 차비랑 책값 안준다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아니 어느 가정에서 살림을 그렇게 한단 말인가!
예산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없는 소시민인 내가 알기로도 예산은 시장의 것도 의회의 것도 아닌 시민을 위한 것이다. 듣자하니 학부모로서 매우 좋아하던 진주아카데미 예산부터, 보육을 비롯한 복지예산, 도시 인프라 예산 등을 마구 깎았다니 참으로 진주시 의회의 비전문적 의정이 실망스럽다. 누구를 위한 시의회인가!
맞벌이 부부의 출근시간 10분은 한 낮의 한 시간과 맞먹는다. 뻥 뚫린 시원한 도로를 과속단속 걱정하며 출퇴근을 꿈꾸던 나의 소박한 꿈을 앗아간 진주시 의회가 오늘따라 더 밉게 느껴진다. 머지않아 정촌에 대규모 아파트도 입주하고 진주뿌리산업단지, 항공국가산업단지, 사천의 항공산업단지 등이 완성되고 나면 교통체증을 넘어 지옥이 될 텐데...
“진주 시의원님들 이러려고 시의원 하셨나요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제 꿈을 깨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