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립미술관, ‘새로운 시의 시대’전시 열려
기사입력 2020-02-06 15:31 최종편집 경남우리신문
작성자 노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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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는 강태훈, 박찬경, 서용선, 이서재, 정윤선, 최수환, 홍순명 총 7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새로운 시의 시대’는 3.15의거 60주년을 맞이해 개최되는 전시지만, 3.15를 단순히 기념하는 전시와는 다르다.
무엇을 기념할 경우 사건을 역사화하고 그 교훈을 공유하는 정형화된 틀에 묶일 가능성이 높다.
해당 사건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할 어떤 진실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3.15를 기념하기보다는 3.15를 비롯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 우리가 모르고 있던 것을 감지하고 드러내는 방향으로 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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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의 시대’는 3.15를 과거에 발생한 하나의 사건으로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그리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열린 해석의 지표로 바라본다.
결국 “역사에서 미처 드러나지 못한 원형적 동기나 실체가 무엇인지, 그 파장은 오늘날 우리의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작동하고 있는지를 동시대 미술로 사유”해보고자 하는 전시기획의도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시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세계를 감지하고 이것을 식별/구별하면서 현재를 인식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전시는 도립미술관 3층 4,5전시실과 중앙홀에서 열리는데 전시 관람은 5전시실, 중앙홀, 4전시실 순으로 보는 것이 좋다.
도입부인 5전시실은 홍순명 작가의 ‘사이드 스케이프’ 연작과 이서재의 ‘집의 역사’로 시작한다.
명확하지 않은,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있고 그 파장을 직관하고 기억해야할 것들이 감지되는 곳이다.
이어 실제와 허구를 오가며 역사를 재구성하는 박찬경 작가는 ‘시민의 숲’을 출품했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혼란스럽고 비극적인 한국현대사에서 목소리 없이 죽어간 사람들을 애도하고자 제작됐다.
최수환 작가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이 설치/점유된 전시공간을 해석하는 신작을 선보인다.
이는 반복되는 역사적 사건의 기념 또는 기억 중 이미 존재하는 것과 새롭게 존재할 것의 상관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이다.
이렇게 두 작가의 작업은 사건 그 자체만으로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 드러내고자 한다.
3층 중앙홀에는 강태훈 작가의 영상설치 작업 ‘Dead-end#2’와 ‘죽음 위의 갈라쇼’ 등이 전시된다.
이 작업들을 통해 작가는 참담한 역사적 사건만큼 비극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를 살아가는 현실을 다시 들여다보도록 요청한다.
이어지는 4전시실은 군집화 된 사람을 통해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업으로 구성된다.
정윤선 작가의 ‘무주의 맹시’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현장 설치작업이다.
각종 오브제를 활용해 극단적 상황에서 발동하는 인간의 군중화를 시각화할 예정인데 구현의 결과물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서용선 작가는 동학농민운동, 세계대전, 한국전쟁 등과 같은 역사적 사건과 도시의 인간 군상 시리즈를 선보여 왔다.
아마도 우리는 이러한 군상 시리즈와 역사적 사건 속의 인물을 통해 지금 우리 삶에 대해 스스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질지도 모른다.
살펴보았듯이 이 전시는 긍정과 부정의 역사적 산물을 나열하거나 혁명적인 순간을 기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저 거대한 담론의 역사에서 미시적이고 사유 불가능했던 현상들을 예술적 상상으로 끌어올려 새로운 가능성으로서 역사를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다.
기존에 통용되어 온 자유, 민주, 정의 등으로 이름 지어진 시들의 역사적 가치를 세심하게 따져보고 그 본질에 다가서려는 시도, 이것이 이번 전시가 조심스레 바라는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