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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우리신문]지난 2024년 12월 목포 삽진산단에서 발생한 선박 화재가 당시 언론에는 “3,200t급 상선 화재”로 보도됐지만, 복수의 정비 관계자와 현장 지원 인력의 증언을 종합하면 해당 선박은 에콰도르 해군에 공여 예정이던 ‘함벨리함(퇴역 해경 3001함)’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가 난 해당 선박은 공여 직후부터 추진계통 이상, 정비 외주 혼선, 비정상 부품 조달 논란 등이 누적돼 왔으며, 이번 화재가 정비 전체를 원점으로 되돌린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해 해경은 “절차에 따라 진행된 사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 정비팀, 외주업체, 경찰 관계자의 진술은 서로 엇갈리며 논란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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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화재 당시 “상선”으로 보도… 실제로는 (퇴역 해경 3001함)에콰도르 해군에 공여 예정이던 ‘함벨리함'으로 드러나>
2024년 12월 11일 목포연산동 삽진산단에서 발생한 화재는 소방당국 발표에 따라 “선박 구성품 제조업체에 정박 중이던 3,200t 상선 화재”로 언론에 보도됐다.
그러나 정비 관계자들은 “당시 불이 난 선박은 공여가 진행 중이던 함벨리함이었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정비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가 단순 상선 화재로 발표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방당국은 “기관실 용접 작업 중 불티가 엔진으로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지만,정비팀은 “해당 시점 전부터 추진계통 이상과 잦은 시스템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해경 “절차대로 진행… 정비·수사 모두 에콰도르 요청”>
해양경찰청은 공여사업 전반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된 데 대해 강조점을 분명히 했다.
해경 국제협력담당관실은 25일 답변자료에서 ▲공여는 관련 법령(해양경찰장비 도입 및 관리법 제17조)에 따른 절차 ▲2024년 4월 MOU 체결과 함께 소유권이 에콰도르 해군에 이전▲정비·수리 계약은 에콰도르가 국내 업체와 직접 체결 이라는 점을 재차 밝혔다.
해경은 또 “화재 수사 역시 에콰도르의 요청에 따라 목포해경이 수사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덧붙였다.
즉 정비 과정의 품질·관리 책임은 에콰도르와 정비업체에 있으며, 해경은 기술적 자문을 제공하는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정비팀 “애초에 결함 선박… 고질적 문제 덮은 채 공여 강행”>
정비팀 관계자들은 이 선박이 “애초부터 결함이 누적된 상태였다”고 주장한다.
부산→목포 이동 과정에서 추진시스템 이상이 확인됐고, 정비 자료에서도 “시스템 불안정이 다수 기록돼 있었다”는 설명이다.
정비 관계자는 “고질적 결함이 정비업계에 알려진 상태였는데도 공여가 강행됐다”고 말했다.
<1차 정비 마무리 직전 ‘원인 불명 화재’>
지난해 12월 화재는 출항을 앞둔 시점에서 발생했다.
정비팀은 “고의 여부 판단은 어렵지만, 사고로 전체 정비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2차 정비 과정… 외주 혼선·부품 논란 등 배경 복잡>
화재 이후 2차 정비는 외주업체 대한선박기술(DST)이 맡았다.
정비팀은 정비 과정에서 ▲정비사 아닌 타 업체 반복 투입▲정품 미사용 의혹▲설치해야 할 펌프를 수개월 공장 보관 후 뒤늦게 장착▲공식 대리점 문의 없이 인터넷 구매 시도 등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DST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DST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히려 상대 업체가 선박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며 “추가 비용 요구가 잦아 초기 계약금의 두 배를 지급했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은 완전히 충돌한다.
<기술 쟁점 ‘가버너 결함’… 수리 필요성 두고도 공방>
메인 엔진 가버너(govenor) 결함 여부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비팀은 “결함이 구조적이며, 해경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출력을 제어하는 핵심 장치 결함은 항해 중 엔진 정지로 이어질 수 있어 반드시 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비팀에 따르면 해경 출신 기관장까지 참석한 점검에서 “수리 없이는 출항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으나,“70일 넘게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경은 “정비 계약 주체가 아니며, 해당 논란은 에콰도르·정비업체 간 사안”이라고 밝혔다.
< 현장서 ‘연료 라인 설탕 투입’ 확인… 정비 방해 의혹로 확산>
최근 목포 현장에서는 연료 라인에서 설탕이 발견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현장을 지원 중인 해경 관계자 A씨는 제보자와 통화에서 “발전기 연료 고무 라인과 필터 구간에서 반 주먹가량의 설탕이 나왔다”며 “자연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물질로 고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A씨는 “CCTV 분석이 진행될 예정이며, 확인될 경우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전했다.
정비방해 의혹이 공식 논점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구조적 문제 드러난 공여사업… 재점검 목소리 커져>
이번 사건은 단순한 정비 실패를 넘어 공여함정 사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문제로는 ▲노후 선박 공여의 타당성▲정비·외주 관리 체계 부재▲정비 품질·부품 조달의 불투명성▲외주업체 간 책임 공방▲정비방해 의혹▲화재 사고의 축소 보도 의혹▲시운전 강행 논란 등이 지적된다.
한 정비 관계자는 “현재 상태로 출항하면 사고가 발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며 “에콰도르 해군이 피해 보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직접 정비 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3001함은 대한민국 해양경찰청 최초의 3,000톤급 대형 경비함정으로, 1994년 부산해양경찰서에 배치되어 약 30년간 부산 앞바다와 남해 해역을 경비하며 불법 조업 단속, 해상범죄 대응, 인명 구조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다. 지난 2024년 3월 6일 퇴역식을 거쳤으며, 현재는 에콰도르 국방부에 무상 양여 절차가 진행 중이다. 3001함의 양여는 해양경찰의 대형함정 운용 경험과 기술이 해외로 이전되는 사례로, 에콰도르 해군의 해양 주권 수호와 치안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